이탈리아 식품을 고르다 보면 빨강·노랑 원형 마크를 만납니다. DOP, IGP, STG. 셋 다 유럽연합의 표시이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보증하는 내용이 다릅니다. 등급의 위아래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입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DOP는 모든 생산 단계가 그 지역 안에서 이뤄졌음을, IGP는 최소 한 단계가 그 지역에서 이뤄졌음을, STG는 전통 제법을 지켰음을 보증합니다.
| 보증하는 것 | 지역 요건 | |
|---|---|---|
| DOP | 품질이 그 땅에서 비롯됨 | 모든 생산 단계가 지정 지역 안 |
| IGP | 품질·명성이 그 땅과 연결됨 | 최소 한 단계가 지정 지역 안 |
| STG | 전통 제법·레시피 | 없음 |
DOP — 모든 단계가 그 땅에서
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 원산지 보호 명칭입니다.
DOP는 가장 엄격합니다. 재배부터 가공, 조제까지 모든 단계가 지정된 지역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제품의 품질이 본질적으로 그 지역의 환경 — 흙, 기후,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쌓아 온 방식 — 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산마르자노 토마토가 그렇습니다. 베수비오가 수천 년 쌓아 놓은 화산재 토양과 나폴리 만의 일조가 그 토마토를 만들기 때문에, 같은 씨앗을 다른 곳에 심어도 DOP가 되지 않습니다. 아체토 발사미코 트라디치오날레 디 모데나 DOP도, 끼안티 클라시코 DOP 올리브오일도 같은 원리입니다.
IGP — 한 단계만 그 땅에서
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 지리적 표시 보호입니다.
IGP는 조건이 하나 느슨합니다. 생산 단계 중 최소 하나만 지정 지역에서 이뤄지면 되고, 제품의 품질이나 명성이 그 지역에 귀속되면 됩니다. (EU 규정 2024/1143 제46조)
파스타 디 그라냐노 IGP가 좋은 예입니다. 밀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올 수 있지만, 반죽하고 뽑고 말리는 일은 그라냐노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라냐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이 밀이 아니라 라타리 산맥에서 내려오는 마른 바람과 바다의 습기 — 즉 말리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규정이 그 지점을 붙잡습니다.
STG — 땅이 아니라 방법
Specialità Tradizionale Garantita, 전통 특산품 보증입니다.
셋 중 성격이 가장 다릅니다. STG에는 지역 요건이 아예 없습니다. 최소 30년 이상 이어져 온 전통적인 레시피나 제법을 보호하고, 그 규격만 지키면 유럽연합 안 어디서든 그 이름과 마크를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자 나폴레타나 STG는 나폴리 밖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밀가루의 종류, 반죽의 수분율, 화덕의 온도와 굽는 시간 — 규격에 적힌 방법을 지키면 됩니다. STG가 지키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방법입니다.
라벨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법
마크만 보지 말고 세 가지를 함께 보세요.
- 전체 명칭이 적혀 있는가. DOP는 지역명까지 포함한 정식 명칭이 있습니다. 캔에
San Marzano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건 품종 이름이고,Pomodoro S. Marzano dell Agro Sarnese-Nocerino DOP라고 적혀야 인증품입니다. - EU 마크가 실제로 있는가. 빨강·노랑 원형 마크입니다. 문구만 있고 마크가 없다면, 인증품이 아니라 인증 원료를 쓴 가공품일 수 있습니다.
- 원재료 표시. 결국 여기서 갈립니다. 마크가 없어도 원재료란에
산마르자노 DOP 토마토 90%처럼 적혀 있으면, DOP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흔한 오해
"DOP가 IGP보다 높은 등급이다." 등급이 아니라 지역과의 결속 강도가 다른 것입니다. DOP의 조건(모든 단계가 그 지역 안)이 워낙 좁아서, 그 틀 밖에 있는 훌륭한 제품이 IGP로 표기되는 일이 흔합니다. 발사믹이 대표적입니다 — 트라디치오날레 DOP는 100ml 전용 병에 최소 12년이라는 조건 때문에, 그 규격을 벗어난 좋은 발사믹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IGP가 됩니다.
"인증이 없으면 품질이 낮다." 인증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의 하한선이지 맛의 상한선이 아닙니다. 규격 밖에 있기를 택한 생산자도 있고, 인증 지역 밖의 좋은 산지도 있습니다. 인증은 확인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소스나 파사타에도 DOP 마크가 붙는다." 붙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산마르자노 DOP 인증은 껍질을 벗긴 홀토마토에 부여되고, 소스나 파사타 같은 가공품은 인증 대상이 아니어서 마크를 달 수 없습니다. 다만 DOP 토마토를 원료로 썼다면 그 사실은 문구로 적을 수 있습니다. 마크와 문구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 인증이니 EU 밖에서는 의미가 없다." DOP·IGP는 EU 제도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와의 무역 협정을 통해 상호 보호됩니다. 그래서 한국 매대에서도 같은 이름과 마크를 볼 수 있습니다.
마마스마켓 진열대의 인증들
우리가 수입하는 제품 중 인증을 단 것들입니다.
- 산마르자노 DOP 토마토홀 (카사마라조) — 캄파니아 Agro Sarnese-Nocerino
- 아체토 발사미코 트라디치오날레 디 모데나 DOP 아피나토 (빌라 마노도리) — 최소 12년, 100ml 전용 병
- 모데나 IGP 아티장 발사믹 (빌라 마노도리) — IGP 규격 안에서 카라멜 색소 없이
- 끼안티 클라시코 DOP 올리브오일 (이 타톨리) — 토스카나, 1428년부터 이어온 농장
- 파스타 디 그라냐노 IGP (파엘라) — 2013년 EU 인정
그리고 이 표시가 말하지 않는 것
인증은 어디서 났고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보증합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습니다. 생산자가 몇 대째인지, 손으로 수확하는지, 며칠을 들여 말리는지 — 그런 것들은 규격에 적히지 않거나, 적혀 있어도 최소 기준일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증을 고르는 기준의 처음으로 삼고 마지막으로 삼지 않습니다. 마크를 확인한 다음에는 원재료 표시를 보고, 수확 연도를 보고,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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